열다섯 살 심청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어요. 아무리 생각해도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할 도리가 없거든요. 어머니도 없이, 앞 못 보는 아버지를 모시고 겨우겨우 끼니를 잇고 사는 형편에 쌀 삼백 석이라니요? 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. 어느 날, 심 봉사는 일을 하러 나간 딸 심청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, 심청을 마중 나가다가 개천에 빠졌어요. 허우적거리는 심 봉사를 구해 준 건 지나가는 스님이었지요. 스님은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고 귀띔했어요. 심 봉사는 그러마 하고 덜컥 시주 약속을 하고 말았어요. 아버지 눈을 뜨게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 하겠나, 심청의 마음은 그랬어요. 하지만 심청의 노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못내 안타까울 뿐이었어요.
그때 귀가 번쩍 뜨일 소문이 들려왔어요. 마을에 처녀를 산다는 뱃사람들이 나타났대요. 심청은 뱃사람들에게 찾아가, 자신을 팔겠다고 해요. 쌀 삼백 석을 받고, 인당수 제물이 되겠노라고. 결국 심청은 서럽게 아버지를 부르며 거친 바다로 뛰어듭니다. 이게 끝이 아닌 줄 알았더라면, 그렇게 서러워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……. 그나저나 심 봉사는 과연 눈을 뜨게 되었을까요?